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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5.18기념사

김대중 대통령 5.18기념사 올립니다(2000년)

<5.18 기념사> 김대중 대통령
저는 오늘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감회속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전 오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불사른 민주영령 앞에 이제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서 있습니다.

내가 광주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5.18 항쟁이 일어난지 40여일이 지나서 였습니다. 5.18 하루전 군사정권에 연행되어 40여일 동안 모진 박해를 받던 중 당시 군부의 실력자 한 사람이 전해준 묵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있었던 천인공로할 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나는 그 때 결심했습니다. 가신 임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의 뒤를 따라 정의롭게 죽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만이 민주영령과 국민, 그리고 역사 앞에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들에게 협력하기만 하면 대통령을 빼놓고는 어떠한 직책이라도 주겠다는 군부의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사형선고의 확정판결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후 20년이 지났습니다. 가신 임들의 고귀한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임들이 스스로의 몸으로 불살랐던 민주화의 불꽃은 그 후 암흑같은 독재의 치하에서도 꺼지지 않고 불타 올랐습니다. 줄기찬 민 주화의 불길은 87년 6월 전국적인 시민항쟁으로 번져나갔고, 마침내 97년 12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커다란 성취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위대한 광주의 정신이 살아서 승리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폭도'로 몰렸던 그날의 광주시민은 이제 민주주의의 위대 한 수호자로서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도한 총칼 아래 짓밟혔던 광주는 이제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역사 속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오늘 5.18 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나는 이 나라 민주제단에 몸을 던져 산화하신 임들의 고귀한 영전에 다시한번 뜨거운 추모를 올리면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5.18의 광주는 우리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날의 광주는 세계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와 평화,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 치를 일깨우는 드높은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5.18에서 우리가 보았던 첫 번째 정신은 인권정신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는 인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자 싸웠습니다.

둘째는 비폭력의 정신이었습니다. 광주시민은 맨손으로 잔혹한 총칼에 맞섰습니다.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온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했던 것입니다. 무기를 손에 넣고도 결코 이를 사용해서 누구에게도 살상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비폭력의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셋째는 성숙한 시민정신이었습니다. 공권력의 공백 속에서도 광주에는 단 한건의 약탈이나 방화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혼란이나 무질서도 없었습니다. 시민 모두가 동지애와 높은 질서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보 살피고 치안을 지켰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입니다.

넷째는 평화의 정신이었습니다. 시민자치가 이루어진 열흘동안 어떠한 보복도 없었으며, 광주시민들은 진압군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항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정부는 5.18 항쟁의 고귀한 정신과 값진 헌신이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크게 선양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겠습니다. 그에 따라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을 받았거나 앞으로 받게 될 모든 5.18 희생 자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예우하고 5.18 묘역을 국립묘지로 승격시킬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각종 기념사업을 실시하여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분 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5.18의 숭고한 정신을 길이 계승·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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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고현철 교수 유서 전문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 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 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 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가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이 들어갔고, 오늘 12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