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05년 노무현 대통령 5.18 기념 연설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5.18민주화운동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5.18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날의 상처로 지금 이 순간까지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분노와 슬픔을 승화시켜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고 계신 위대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5.18은 승리의 역사입니다. 군부독재의 무자비한 폭력도 민주주의를 향한 광주시민들의 열정만은 꺾지 못했습니다. 광주의 용기와 희생은 민주화의 불꽃이 되어 87년 6월항쟁으로 타올랐고 마침내 군부독재를 무너뜨렸습니다. 시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은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상자를 치료하고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약탈도, 방화도, 보복도 없는 그야말로 민주질서를 유지했습니다.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대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역사를 봐도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세계에 손색이 없는 당당한 민주주의를 하게 된 토대에 바로 광주가 있었음을 우리 국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80년대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시민사회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주체로 등장했고,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사회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위상에 걸맞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가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고 폭력과 공작으로 경쟁을 무력화시켰던 독재의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감정적 대립을 뛰어넘어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갈등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18의 숭고한 뜻을 오늘에 되살려 냅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선진한국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런 역사를 물려줍시다.

5.18영령들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5월18일 

대통령 노무현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뉴스타파 김진혁 미니다큐 Five minutes - 권총, 폭탄, 태극기 그리고 가슴 속 종이 한 장(2015.8.12)

뉴스타파 - 명동성당, 소망교회도 비정규직 줄줄이 해고(2015.1.9)

인간성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사회... #비정규직 #뉴스타파

부산대 고현철 교수 유서 전문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 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 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 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가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이 들어갔고, 오늘 12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