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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18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

2004년 5.18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24년 전 5·18민주화운동의 참뜻을 기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위해서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5·18영령들 앞에 머리 숙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 날의 상처로 오늘 이 순간까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광주의 용기와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5·18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불꽃은 87년 6월항쟁을 거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마침내 시민참여혁명을 통해서 참여민주주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습니다.
80년 광주의 함성은 가슴 아픈 기억인 동시에 가슴 벅찬 승리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 때의 광주를 생각하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은 뜨거워집니다.
불의한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섰던 위대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한없는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이제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숭고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5·18당시, 여러분은 참으로 놀라운 용기와 절제력으로 분노와 두려움을 승화시켜 민주주의 시민상을 구현해냈습니다. 아니, 이를 뛰어넘어서 도덕적 시민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다 함께 부상자를 치료하고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치안을 유지하고 질서를 지켜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누가 어떤 사람이 민주주의를 외칠 자격이 있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3월, 저는 전국의 밤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시위를 TV를 통해 지켜보았습니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한 모습은 제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5·18광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의를 용납하지 않되 민주적인 행동 또한 포기하지 않았던 5·18광주의 자랑스런 전통이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5·18은 독재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들이 장기집권을 위해서 또는 장기집권의 결과로서 호남을 따돌리고, 국민을 지역으로 가르고 이간질해서 분열시켰던 반역적 범죄행위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나라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로 멸망했습니다. 지난날 우리의 역사도 그랬거니와 지금도 분열로 인한 고통과 위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아직까지도 5·18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난 총선을 통해서 이러한 분열구도가 약간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희망의 싹을 반드시 살려 나가야 합니다.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규칙을 존중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민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하나가 될 때 5·18광주정신은 완성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면 억압하고 배제하고 일방통행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생각과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그 시절의 기득권도 향수도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고통과 분노, 증오와 원한도 이제 뛰어넘어야 합니다.
용서하고 화해해서 하나가 됩시다. 이를 위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고통과 상처가 영광이 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가슴을 열고 지금부터 새롭게 출발합시다.
5·18을 통해 광주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 '소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명실상부한 통합의 길로 나아갑시다.
그 통합된 힘으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하나하나 고쳐 나갑시다. 그리하여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 마침내 민족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번영이 함께 하는 동북아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 갑시다. 그 안에서 우리의 아들, 딸들이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합시다.
이것이 5·18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이자, 5·18의 숭고한 뜻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5·18 영령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위한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전남도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4년 5월 18일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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