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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윙'까지 소환한 오바마, 박근혜와 이렇게 달랐다

지난 16일 미국 백악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2006년 종영한 인기 미드 '웨스트 윙’의 대통령역을 맡았던 마틴 쉰과 비서실장을 연기했던 엘리슨 제니 등이 대통령 새해 국정연설 홍보 전략을 논의합니다. 백악관이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만든 패러디 영상입니다. 조회수가 73만이 넘었습니다. 

영상 마지막엔 국정연설에 대해 질문하라는 링크가 붙어 있습니다. 클릭하면 각 이슈마다 답변할 실무자들의 트위터가 모두 공개되어 있고, '해시태그(#AskTheWH)를 달아 질문하면 최선을 다해 답변할테니 참여해달라'고 호소합니다. 

지난 몇 주간 백악관은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반면, 청와대의 SNS는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일시만 한두차례 홍보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력을 다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뭐였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상위 1%가 자신들의 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불평등을 초래했던 세금 구멍을 막읍시다. 우리는 그 세금을 더 많은 가정들의 육아와 자녀 대학 교육을 돕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처방 대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등 지난해와 똑같은 구호만 외쳤습니다. 

'경제'를 무려 42차례나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불과 기자회견 며칠 뒤 '13월의 세금폭탄'이라며 연말정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들끓었지만, 사전 설명이나 설득도 없었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종교적 소수자와 레즈비언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말자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문엔 '인권'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두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 50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들은 추가 질문을 하며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을 캐묻고 오바마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답변합니다. 국민들은 유튜브에서 대통령의 질의응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당시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향해 '질문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하나 주고 싶군요. 아무도 없나요?"
[루이청강 중국 CCTV 기자] "한국 기자들에게 제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건 한국 기자가 질문을 할 건지 말 건지에 따라 결정되겠네요. 없나요? 아무도 없어요?"

이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2년 동안 기자회견을 연 횟수는 단 2번. 기자들의 추가 질문 기회는 없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하고 싶은 답변만 했고, 이번에는 기자에게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핀잔까지 줬습니다. 

지금도 청와대 유튜브에는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만 올라와 있을 뿐 질의응답 영상은 없습니다. 

국민을 설득하며 소통에 공을 들인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의 말만 하는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난 더이상 출마할 선거가 없다"며 "남은 2년간 내 유일한 어젠다는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요 의제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3년 남았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영상편집 - 강신우 기자 / 영상제공 - 미국 백악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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